▧ 건강한 삶 ▧
얼굴에 흰 반점이 번진다고 1세 아이를 데리고 어머니가 왔다. 다른 병원에서 '백반증' 일지도 모른다고 큰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해보라는 얘기를 듣고 왔다. 어머니는 혹시나 아이가 백반증일까봐 매우 불안해보였다. 병변은 이마와 귀주변에 여러개의 작은 흰반점으로 나타났다. 우드등(Wood light)으로 비춰보니 곰팡이질환이 의심되었다. 각질을 긁어서 현미경검사를 해보니 역시나 '어루러기'였다.

아이가 머리에 열이 많아 항상 따뜻하고 땀을 흘리는 것이 원인이었다. 항진균제 연고가 처방되었고 땀차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설명을 들은 아이의 어머니는 백반증이 아니고 쉽게 낫는 병이라는 사실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돌아갔다.

폭염이 계속되면서 여름철 피부의 곰팡이 질환도 늘어나고 있다. 흔히 무좀으로 알려진 피부사상균 곰팡이 감염증은 여름에 악화되는 질환으로 널리 알려진 편이지만 다른 종류의 곰팡이 감염증인 어루러기 또한 여름에 주로 발생하는 질환이다.

최근 건강보험공단의 분석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전체 7만여 명의 환자가 발생했으며 그중 남성이 여성에 비해 약 2~3배 정도 많았다. 주로 활동을 많이 하는 10~40대의 환자 군이 많았다.

어루러기는 말라세지아 효모균의 피부 감염증이다. 어루러기 곰팡이는 피지를 영양분으로 섭취하고 인체에 기생하는 균의 하나로 균 자체로는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수 있지만 서식하는 피부 부위가 습기 차고 통풍이 안되거나 따뜻해지면 곰팡이가 번식하면서 눈에 보이는 감염증을 일으키는 것이다.

따라서 여름철에 땀이 차거나 딱 붙는 옷, 통풍이 잘 되지 않는 합성섬유 등에 의해 어루러기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겨울철에도 너무 따뜻하게 입어서 땀이 난 상태가 유지된다면 발생 가능하다.

피부에 나타나는 증상은 백반증 비슷한 하얀 반점 또는 검버섯이나 점 비슷한 갈색 반점으로 나타난다. 표면에 약간의 각질이 동반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약간 가렵기도 하지만 가렵지 않은 경우도 많고 점점 주변으로 번지는 양상으로 보여, 갑자기 점이 많아졌다고 오시는 환자분들도 있다.

주로 땀이 많이 차고 피지 분비가 많은 부위에 발생하는 데, 겨드랑이, 가슴, 등에 주로 발생하며 영유아의 경우 머리에 땀이 많아 두피 아래 얼굴 즉, 이마 또는 뺨에도 자주 발생한다.

흰 반점으로 생길 때는 피부의 색소세포의 소실로 발생하는 백반증과 비슷해 보이기도 하는데 장파장 자외선의 일종인 우드등으로 비춰보면 더욱 희게 드러나는 백반증과는 달리 어루러기는 노란빛을 띠는 녹색 형광을 나타내므로 감별할 수 있다. 진단이 애매한 경우는 병변 표면의 각질을 긁어서 현미경으로 검사해보면 특징적인 효모와 균사 덩어리를 관찰해 진단할 수 있다.

치료는 항진균제를 도포하거나 복용하면 1-2주 이내에 잘 치료된다. 그러나 흰색 반점으로 온 경우 곰팡이가 소실돼도 색의 변화는 6개월 정도가 지나야 회복되게 된다. 어루러기 곰팡이는 우리 몸에 정상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균총이기 때문에 피부 환경이 습기차고 따뜻해지면 다시 번식해 재발이 쉽다. 재발률은 1년 이내 60%, 2년 후엔 무려 80% 에 달할 정도로 높다. 예방은 피부에 땀차지 않게 잘 관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재발을 막기 위해 항진균성분의 클렌져를 여름철에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신정현 인하대병원 피부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