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산책 ▧
한참전 일입니다. 목사님들과 식사 자리가 있어서 갔는데 어느 목사님이 재미있는 이야기라고 하면서 말씀을 꺼내셨습니다.

강남의 어느 교회에서 있었던 일이라고 합니다. 제가 이야길 들어보니 그 목사님도 직접들은 이야기는 아닌 듯 싶었습니다. 몇 다리 건너서 들은 이야기라 살이 많이 붙었으리라 짐작됩니다.

지역 단체에서 주최하는 봉사활동에 교인들을 참가시켰다고 합니다. 담임목사는 많은 참석을 신신당부를 했다고 합니다. 그래도 마음이 안 놓인 담임목사가 봉사 현장을 나갔는데 본인 교회 교인들이 안보이더라는 겁니다. 그래서 주최측에 문의를 했는데 그 교회 교인들 다수가 참석한 것으로 돼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교인들이라는 분들을 찾아가보니 명찰에는 아무개 권사 아무개 집사로 돼 있는데 실제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었다는 것입니다.

깜짝 놀라서 교회에 돌아와 수소문해보니 이야기 인즉, 교인들이 인력회사에서 사람을 사서 일당주고 자기 대행을 해달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이야기를 목사님들이 둘러앉아서 하니 또 다른 목사님이 한 말씀을 꺼냅니다.

이것도 강남에 있는 교회 이야기라고 합니다.

한국 기독교회의 자랑스런 전통 중 하나가 예배후에 전교인들이 식사를 하는 일입니다. 이 일은 사실 역사적으로 그 근원을 따져보면 한 백년은 되는 자랑스런 전통입니다. 사도바울 시대부터 따지면 근 2000년의 역사가 되기는 하겠습니다. 그런데 그 교회는 식사담당을 하는 일이 힘이 든다고 도시락 회사을 통해서 도시락배달로 점심을 해결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교인들의 생활이 윤택해지고 교회가 돈이 많아지면서 교인들이 몸을 쓰는 일이 줄어들고 만사를 돈으로 해결하려는 일이 교회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셈입니다. 어디 이런 일이 교회만의 일이겠습니까. 그런데 막상 이제 교회 안에서도 벌어지니 아는 사람들은 혀를 차는 것입니다. 왜 그럴까요.

재미있는 통계가 있습니다. 전국 3537개 읍면동과 전국 2129개 동의 정치 사회 지도 비교 분석을 한 '대한민국 정치사회지도'를 보면 아주 재미있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종교 인구가 상대적으로 많은 동네는 대학이상 학력자가 뚜렷이 많고 주택 소유자, 다주택자, 아파트 거주자도 많았다. 반면 1인 가구나 (반)지하 방 등에 사는 사람은 확실히 비중이 낮았다. 주요 종교 중에서도 개신교와 천주교 특히 천주교에서 계층적 성격이 뚜렷했다. 적어도 수도권에서는 부동산-학력-종교가 같은 길을 걷고 있었다. 부동산이 부를 대표하는 '부동산 계급사회' 대한민국에서 부동산과 학력이 나란히 같은 길을 걷은 건 이상할 게 없다. 그러나 종교의 길도 같다는 건 슬픈 일이다. 가난할수록 절대자의 위로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인데 왜 가난한 사람들이 종교적 결속이 낮은지 …"(손낙구. '대한민국 정치사회지도'. 서울:후마니타스. 2010. 392쪽)
'2013년 한국기독교분석리포트'(서울:도서출판URD. 2013)에 따르면, 한국인들이 신앙을 갖는 이유는 '마음의 평안'을 위해서 신앙생활을 한다고 합니다. 기독교인의 경우에도 2004년 대비 구원/영생이라는 응답이 46%에서 32%로 낮아진 반면 건강, 재물, 성공 등 축복이라는 응답이 7%에서 19%로 높아지고 있어 현세지향적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기독교인들이 현세지향적이 되면서 기독교인을 옆집에 둔 비기독교인들은 고운 시선으로 기독교인을 바라보지 않고 있는 듯 합니다. 1인당 GNP가 2만달러를 넘어서고 있는 시대에 한국 기독교는 교인도 교회도 중산층화 돼가면서 '돈'을 그 지향점으로 삼게 되면서 예수의 가르침을 점점 잃어버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가난한자들이 떠나고 있는 교회, 가난한 자들에게 관심을 두지 않는 교회, 교회자체가 작고 가난한 교회, 이 교회들의 공통점은 이제 문을 닫아야 하는 시대을 맞이하고 있다는 점 일 것입니다.

/박철호 기념탑감리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