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노점상 마구잡이 배출 … 시민 "구 환경정비 캠페인 취소·형식적 단속" 성토
▲ 18일 새벽, 구월동 로데오거리 인도에 악취가 진동하는 쓰레기 더미가 쌓여있다. 난간에 ' 쓰레기를 무단투기하면 고발조치한다'는 경고문이 무색하다. /구자영 기자 ku90@incheonilbo.com
인천의 유흥 중심지 구월동 로데오거리가 상가와 노점상에서 나오는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18일 0시40분쯤 구월동 로데오거리.

일반 비닐봉투에 담긴 쓰레기들이 종량제봉투에 담긴 쓰레기와 섞여 인도 대부분을 점령하고 있었다.

인도 난간에 붙여진 안내판에는 관리 책임자가 남동구청 청소과장이며, 쓰레기 무단투기를 단속하기 위해 감시카메라를 설치했다고 적혀 있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보행자들은 화장실 냄새와 음식물 썩는 냄새가 섞인 듯한 고약한 악취에 눈살을 찌푸리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봉투 안을 살펴보니 쓰다 버린 다수의 일회용 플라스틱 컵, 맥주 병, 다 쓴 대용량 마요네즈 용기 등 인근 상가에서 버린 것으로 추정되는 쓰레기가 눈에 띄었다.

어떤 쓰레기 봉투에서는 구멍이 뚫려 정체를 알 수 없는 검은 액체까지 흘러나왔다.

산책을 나온 임모(30)씨는 "이제는 내성이 생겨 더럽다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며 "돈이 많이 들어가는 시설을 바라는 것도 아니다. 그냥 큰 박스라도 가져와서 인도에 있는 쓰레기만이라도 치워줬음 좋겠다"고 호소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관할 구청은 계획했던 로데오거리 환경 정비 홍보 활동을 취소하기까지 했다. 지난 7월 구 청소과, 도시경관과, 식품위생과, 공원녹지과 등 4개 부서는 로데오거리에서 쓰레기를 버리지 말자는 캠페인을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노점상과 구 간의 갈등으로 계획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구 관계자의 설명이다.

단속도 쓰레기가 많이 배출되는 오후 6시 이후가 아닌, 오전 5시부터 오후 1시까지만 하고 있어 전형적인 탁상행정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구 관계자는 "지난 7월 계획됐던 로데오거리 환경정비 캠페인은 이번 달 내 다시 추진할 예정"이라며 "원래 쓰레기는 집 앞에 버리는 게 맞다. 쓰레기 배출 장소 설치는 검토를 해 보겠지만 쉽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구자영 기자 ku90@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