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겉으론 "각계각층 기회 제공" … 조교수·박사 등 까다로운 기준
인천시가 도시계획위원 선정에 '꼼수'를 썼다. 투명한 행정을 이유로 '추천제'에서 '공모제'로 바꿔놨지만 이권 개입과 행정편의적인 절차 등을 막고 시민 목소리를 내줄 NGO 진출은 봉쇄했다.

인천시는 도시계획위원회 위원 공개모집에 나섰다고 24일 밝혔다. 모집 인원은 20명으로, 도시계획, 토목, 건축·주택, 경관(디자인), 환경, 방재, 문화 등 8개 분야 전문가를 모집한다. 위촉 기간은 2년이다.

시는 시 공무원 3명, 인천시의원 3명, 시교육청 1명 등을 합쳐 총 27명으로 위원회를 구성한다.

시는 "그동안 각 기관·단체를 통한 추천에 의한 선발방식으로 위원회를 구성했으나, 이번에는 각계·각층의 우수인력 참여기회를 제공하고자 공개 모집으로 전환했다"며 보도자료까지 배포했다.

또 "여성 전문가 참여 확대를 위해 동일분야 전문가 중에는 여성을 우선 선정한다"고 덧붙였다.

도시계획위는 인천의 밑그림을 그리고, 각종 도시계획과 개발을 승인하는 가장 막강한 위원회이다.

시의원은 물론 관련 전문가들은 이 위원회 진입을 위해 공을 들인다.

시는 다음달 5일까지 원서를 받는다.

하지만 시는 현장의 시민 목소리에는 귀를 막았다.

서울과 같은 시의원 전횡 여부를 감시하고, 시의 이권 개입 가능성을 차단하는 데는 눈을 가렸다.

시가 공고한 응모자격은 '조교수 이상', '박사 7년', '기술사 7년', '연구원', '5급 이상 공무원 7년 이상' 등이다. 시민의 목소리가 반영될 자격기준은 없다. 까다로운 규정의 장벽을 친 셈이다.

반면 위원 자격을 규정한 '인천시 도시계획 조례 시행규칙'에는 이들 5개 시 공모자격 외에 '기타 도시계획관련분야에서 제1호(조교수 이상) 내지 제5호(5급 이상 공무원 7년 이상)의 규정에 의한 자와 동등한 전문지식과 실무경험이 있는 자'라는 자격항목이 있다.

그동안 이 조항을 근거로 경제쪽 상공회의소 몫과 시민소통 NGO몫의 도시계획위원이 추천됐지만 시가 공모 규정에 이 조항을 일부러 뺀 것이다.

이로 인해 인천시 도시계획위원회가 더욱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커졌다.

4년 전에는 도시계획위원이 '돈 봉투'를 받은 사실이 드러났고, 2년 전에는 도시계획위원이 이권에 개입한 정황이 포착됐다.

심지어 '아시안게임 숙박시설 확충'을 이유로 A호텔 증축 허가를 내줬지만 A호텔 증축은 아시안게임 후에나 끝난다.

'A호텔과 인천시가 긴밀한 관계 아니냐'는 소문이 지역 사회를 달궜다.

당시 도시계획위원회에도 NGO가 참여해 경계와 감시를 했지만 시와 전문가, 시의원이 뭉쳐 다수결로 논란이 큰 안건을 처리하는 사태가 줄을 이었다.

시 관계자는 "시행규칙에 나와 있는 6항을 응모자격에 넣으면 논란이 일어날 것을 우려해 뺐다"며 "NGO와 경제단체 등이 참여하고 싶으면 응모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주영 기자 leejy96@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