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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대 때부터 자유공원 옆 송학로에 살고있는 필자는 맥아더 장군 동상을 자주 찾는다. 필자가 인천중학교에 다니던 1957년도에 제막된 맥아더 동상은 한국전을 역전시켰던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시킨 맥아더 장군에 대한 감사의 뜻과 함께 오늘날 경제 강국으로 성장한 한국인들의 고마움을 상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 지난주 맥아더 장군 동상 앞에서 3명의 미국인 노신사들을 만났다. 직감적으로 한국전에 참전했던 분들인 것 같아서 물어보았더니 예감이 적중했다. 부근의 커피숍으로 안내해 맥아더 장군 동상을 찾은데 대해 인천시민으로서 감사하다고 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에 살고있는 이들은 발전된 한국의 모습을 보기 위해 여행계획을 세웠다면서 전쟁 당시 절망적으로 느껴졌던 한국의 변모가 믿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당신들 덕분에 오늘의 자유와 번영을 이룰 수 있었다는 필자의 말에 그들은 고맙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대학 졸업반 시절 미국 정부 초청으로 미국 각지를 여행하면서 뉴욕주 북부에 있는 오네이다(ONEIDA)라는 소도시의 미국인 가정에서 홈스테이를 하면서 한국전에 참전해 두 아들을 잃은 가정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들은 자식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한국이 하루빨리 발전하는 것을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필자는 미국 몇몇 대학에서의 장학금 제의를 사양하고 한국에서 열심히 일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던 기억이 새롭다.

▶한국전에 참전했던 미군들은 한국을 좋아하지 않았다. 사방에서 분뇨냄새가 나고 무덥고 혹독하게 추운 전선의 기억이 다시 찾고 싶지 않은 나라로 만든 것이다. 더구나 전쟁을 승리로 끝내지 못하고 휴전이라는 무승부로 끝난 것도 잊어버리고 싶은 전쟁이 된 원인이었다.

▶미국의 저명한 탐사보도 전문기자 데이비드·핼버스탐은 한국전을 다룬 명저 '가장 추운 겨울'에서 한국의 성공은 2차대전 후 유럽을 부흥시킨 마셜플랜을 능가하는 트루먼의 업적이었다고 칭송하고 있다. 자유공원에서 미국 참전용사들을 만나서 대화했던 날은 마침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방한하고 있을 때였다. 미국 정부와 참전 용사들을 위해서 박근혜 대통령이 한·중 관계를 현명하게 이끌어 가기를 기원하고 기도했다.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