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천의 한 고등학교가 얼마전 끝난 수학과목 기말고사를 시중의 참고서에서 그대로 베껴 출제해 논란이 되고 있다. 내신성적에 결정적 변수가 되는 고교 2학년 1학기말 고사이다 보니 당연히 학생들과 학부모의 문제제기가 잇따랐고 재시험을 치르는 초유의 사태가 벌여졌다. 그렇지만 학교는 특정한 문제집을 통째로 베끼게 된 이유와 정확한 경위 조사 없이 출제자인 수학교사 1명에게 가벼운 수준의 징계인 '경고'를 하는 것으로 이번 사태를 종결했다. 인천일보가 입수한 광성고등학교 2학년 자연계 기말고사 수학Ⅱ 16일자 시험문제를 보면 선택형 16문항, 서술형 4문항 등 총 20개 문항중 한 출판사의 기출문제와 전부 정확히 일치했다. 일부 주관식 문제에 보기를 넣어 객관식으로 만들었을 뿐 그래프와 좌표가 동일하게 쓰였다.학생들과 학부모들의 항의가 잇따르자 학교는 부랴부랴 이틀만에 시험문제를 다시 출제해 재시험을 치렀다고 한다. 학생들의 문제제기가 없었다면 이 참고서를 미리 입수해 공부를 한 몇몇의 학생들은 엄청난 특혜를 봤을 것이고 대학입시의 당락을 가르는 내신성적 산정에 큰 이득이 됐을 것이다. 사정이 이렇지만 학교에서는 출제자인 수학교사 1명에게 경고를 하는 것으로 사건을 무마하려 했다는 정황이 곳곳에서 들어나고 있다.그렇다면 우리가 여기서 주목하는 것은 과연 광성고에서 이 같은 일들이 처음이었겠느냐는 것이다. 또 출제자가 참고서의 문제를 그대로 베껴 출제한 의도에 대해서도 합리적인 의문점을 던져본다. 얼마전 현직 고교 교사가 중간, 기말고사 시험문제를 빼돌리는 대가로 수천만원을 받아 경찰에 붙잡힌 일을 상기해 보면 광성고의 재시험 사태는 빙산의 일각일 지도 모른다. 인천시교육청은 재시험 사태를 단순사건으로 처리하지 말고 심도 깊은 감사를 통해 사건의 경위를 낱낱히 밝혀내야 할 것이다. 출판사와의 연계성이나 아니면 어떤 목적으로 이 같이 출제가 됐는지에 대해서는 사법기관이 나서 철저한 수사를 진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