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성고 2학년 기말고사 수학과목 100% 일치 … 재시험
學, 교사 1명 '주의' 사태종결 … 시교육청 "학교장 징계" 거론
인천 광성고등학교가 내신성적에서 결정적 변수가 되는 2학년 기말고사 수학과목을 시중의 참고서와 100% 똑같게 출제했다가 학생들의 문제제기로 재시험을 치르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하지만 학교는 특정한 문제집을 통째로 베끼게 된 이유와 정확한 경위 조사 없이 수학 교사 1명에게 주의를 주는 수준으로 사건을 마무리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광성고와 시교육청은 2학년 자연계 5개 반을 대상으로 실시한 수학Ⅱ 기말고사를 다시 치렀다고 22일 밝혔다.

첫번째 시험은 지난 16일 2교시에 진행됐다. 이날 시험의 문항은 선택형 16문항, 서술형 4문항 총 20개로, 좋은책 신사고에서 발행한 수학 참고서 '일품'(기하와 벡터)의 기출 문제와 모두 정확히 일치했다. <사진>

일부 주관식 문제에 보기를 넣어 객관식으로 만든 변형만 있었을 뿐 질문은 물론 그래프와 좌표가 동일하게 쓰였다.

4개의 서술형 문제도 이 참고서에 나온 것으로, 문제집 26~47쪽에 있는 138개 문항 가운데 20개를 광성고 수학 문제지에 그대로 옮겨 온 셈이다.

베낀 문제 대부분은 난이도가 매우 어려워 특정학생에게 유리하도록 작용토록 의도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시험을 본 광성고 2학년 이과 학생들이 이 문제집에서 풀었던 문항이 모두 시험에 나왔다는 이의를 제기하면서 학교는 사태를 파악했다.

광성고는 기말고사 문제와 기출문제가 겹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이틀 뒤인 18일 20문항 모두 재시험을 실시했다.

기말고사 성적은 내신에 35% 반영되며 결과는 대학 진학과 직결된다.

학교는 첫번째 시험과 두번째 재시험의 결과를 비율대로 조정해 최종 성적에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그동안 일선 학교가 실시하는 시험에서 기존 출제 문제 중 한 두개를 인용하던 것이 적발되기는 했으나 이렇듯 문제 전체를 베끼는 유례는 없었다.

이번 일을 보고 받은 시교육청 역시 중대 사안으로 보고 학교장 징계까지 거론하고 있다.

시교육청은 지침을 통해 시판되는 참고서와 전년도 기출문제의 재출제를 엄격히 금지하는 한편 일부 변경 출제까지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광성고는 출제 교사 1명에게 가벼운 수준의 징계인 '경고'를 하는 것으로 이번 사태를 종결했다.

교장 공석으로 교장업무를 대행 중인 김효종 교감은 "출제하는 과정에서 실수로 지난 수능 기출문제를 중복으로 냈다"며 "시판 참고서가 수능 기출문제를 싣다보니 참고서와 이번 기말고사가 겹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학교장인데 스스로를 징계할 수 있겠느냐"며 "추가 민원도 발생하지 않았고 별 것 아닌 일"이라고 말했다.

/장지혜·이순민 기자 j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