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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29일은 6인의 용사가 산화한 제2연평해전 발발 12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제2연평해전 12주기를 맞이해 인천 송도고등학교에서는 이 학교 72회 졸업생으로 전투 중 전사한 참수리 357호의 정장 고(故) 윤영하 소령의 추모식이 거행되었다.

송도고를 우리가 주목해야하는 것은 그동안 국가적, 사회적 무관심 속에서 한해도 거르지 않고 고 윤영하 소령의 추모식을 거행함으로써 학생들에게 제2연평해전 용사의 국가 사랑 정신을 함양하고 국가 안보의 중요성을 고취시킴으로써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진실된 안보 교육이 무엇인지를 가르쳐주고 있다는 점이다.
제2연평해전이 터진 것은 2002년 한·일 월드컵 폐막 전날(6월29일)이었다.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 목숨 건 사투가 벌어지고 장병 6명이 산화했지만, 이날 우리의 관심은 온통 터키와의 월드컵 3·4위전에 쏠려 있었다.

함포와 기관포를 주고 받는 치열한 격전 후 대한민국의 피해는 6명이 전사, 18명이 부상하고 참수리급 고속정 357호가 침몰했다. 한편 북한의 피해는 약 30여명의 사상자를 내고 SO-1급 초계정 등산곶 684호가 반파된 채로 퇴각했다.

그러나 정부는 사태를 축소하느라 여념이 없었고, 온 국민들은 애도(哀悼)는커녕 붉은 티셔츠 차림으로 거리 응원에 열광했다,

당시 정부는 북한의 무력 도발로 제2연평해전이 발발해 국군 6명이 전사하였음에도 국가안전보장회의를 4시간 35분만에 여는 등의 늦장 대응을 했다. 군통수권자인 김대중 대통령의 주재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우발적 충돌로 결론지었고, 같은 내용의 북한 통지문이 오자 그대로 수용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제2연평해전 발발 다음날인 30일 월드컵 결승전이 열리는 일본 사이타마로 출국해 결승전 경기를 관람했다. 교전 이틀 후 국군수도병원에서 해군장으로 거행된 합동영결식이 열렸을 때조차 김대중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았으며 국무총리, 국방부 장관, 합참의장 등 내각과 군의 핵심 인사들마저 참석하지 않았다. 참으로 통탄할 일이다. 이후 국방부는 처음 서해교전(西海交戰)이라고 부르던 것을 6년이 지난 2008년 4월에서야 제2연평해전(第二延坪海戰)으로 바꿨다.

제2연평해전이 우리에게 던져준 비통함과 억울함, 그리고 미안함 등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 속에서 지난 12년을 지내왔다.

그러나 어느 틈에 우리의 기억 속에서 제2연평해전과 6인의 용사는 잊혀진 과거로, 지금 나와 우리의 것이 아닌, 우리와 상관없는 제2연평해전 사고가 돼가고 있다는 것이다. 시간이 아무리 많이 흐른다해도 우리가 절대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조국을 위해 헌신하고 희생한 분들에 대한 기억일 것이다. 그분들의 애국심과 충정어린 마음이 대한민국의 안보와 국민의 안위를 지켜낸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의 대한민국은 수많은 호국영령들의 희생 위에 지켜온 소중한 나라이다. 선열들의 숭고한 뜻을 되새기고, 후손에게 안전하고 평화로운 조국을 물려주는 것은 우리의 책무이자 가장 중요한 의무이다.

따라서 우리는 국가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신 분들이 지속적으로 기억되어지고, 남은 유가족들이 예우와 존경을 받는 나라를 반드시 만들어야 할 것이다. 한국청소년개발원이 지난 2006년 한ㆍ중ㆍ일 각 국의 중학교 2학년, 고등학교 2학년, 대학생 등 총 2939명을 대상으로 한국(서울), 중국(북경), 일본(동경) 지역서 진행된 '국가관 인식 비교연구' 설문조사 자료에 따르면 국가에 대한 자긍심을 묻는 질문에서 중국청소년의 60%는 자신이 중국인이라는 사실을 매우 자랑스럽게 여긴 반면 한국은 겨우 37.7%만이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럽다고 응답했다. 또 "만약에 전쟁이 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라는 설문엔 일본 청소년의 41.1%가 전쟁이 일어난다면 앞장서서 싸우겠다고 답한 반면 중국청소년은 14.4%, 한국은 겨우 10.2%에 머무르고 있다.

큰 걱정이다. 청소년들의 이런 정신 자세로는 국가 안위를 장담할 수 없다.

1950년에 일어난 6·25전쟁은 아직도 끝나지 않은 미완의 전쟁으로 휴전이지 종전이 아니다. 6인의 용사가 전사했던 제2연평해전, 46명의 고귀한 젊은이가 죽어간 천안함 사건, 평화롭게 살아가는 연평도 주민에게 무차별 포격을 가한 사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는 아직도 안보에서 한시도 눈을 팔 수 없는 환경에 처해 있다.

그런데도 어느 틈에 안보가 통일로 슬그머니 대치됐다. 통일과 안보는엄연히 다르다. 안보교육의 내용 중에는 안보론, 전쟁론, 평화론, 분단론, 통일론, 군사론, 국가관, 민족관, 세계관 등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초중고교에서 과거 군사정권의 부정적 인식으로 안보보다는 평화통일을 강조하는 경향이 증가했다. 더욱이 안보라고 강조하는 정도도 통일안보 나 재난안전 등으로 대치하여 혼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보다 철저하게 구체적으로 안보교육이라는 개념을 초중고에서 사용해야한다.

안보는 과거나 현재나 미래에도 영원히 국민이나 국가에게 제일 중요한 분야이며 가치이다. 국가 안보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선진국일수록 안보선진화를 이루고 있음을 상기해야한다.

/기원서 송도중학교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