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 노숙자 단순변사 판단 … 검, 영장 재청구 촌극
경찰청, 담당자 경질 … 검찰 수뇌부 문책론 고개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의 시신이 발견된 지 40일 만에 유 전 회장으로 확인되면서 검·경의 부실한 초동 대응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22일 검찰과 경찰에 따르면 지난 6월12일 오전 9시6분쯤 전남 순천 송치재 휴게소로부터 2.5㎞가량 떨어진 한 매실밭에서 밭 주인 박모(77)씨가 부패된 남성의 시신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시신의 주변에는 유 전 회장의 측근이 대표인 ㈜한국제약의 'ASA 스쿠알렌' 빈병과 유 전 회장의 책 제목이 안쪽에 새겨진 가방 등이 있었다.

유 전 회장은 건강 보조 식품인 스쿠알렌을 즐겨 먹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유 전 회장의 시신을 수습한 경찰은 해당 유류품을 보고도 '유 전 회장일 수 있다'는 의심을 하지 않았다.

유 전 회장의 차림새만 보고 노숙자의 단순한 변사로 판단한 것이다.

변사 사건을 지휘한 검사도 경찰이 보고한 증거물 목록을 제대로 살펴보지 않았다.

경찰청은 이날 초동 수사가 미흡했다며 그 책임을 물어 순천경찰서장과 담당 형사과장을 경질했다.

결과적으로 검찰은 이미 사망한 유 전 회장의 구속영장을 전날 법원에 재청구하며 아직 국내에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는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는 촌극을 벌인 꼴이 됐다.

더불어 검찰 수뇌부에 대한 문책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검찰은 5월 전남 순천 송치재 휴게소 인근에서 마지막으로 유 전 회장의 흔적을 발견한 뒤 두 달 가까이 유 전 회장의 그림자조차 쫓지 못했다. 결국 유 전 회장 검거에 실패한 것은 물론 수사력만 낭비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