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 사람 추기경' 내달 7일 개봉 … 선종 전 일상 표현
주변인 증언 고스란히 … 연출적인 기교 배제·삶 자체 그려
"사람들이 날 어떻게 봐요?"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한 지 어느 덧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선종 이후 그에 대한 드라마와 영화 작업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을 보면 그가 우리 사회에 남기고 간 발자국이 결코 작지 않음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다.

사실 이전에도 김 추기경의 모습을 다룬 드라마와 영화는 존재했다.

영화 '그 사람 추기경'은 배우 길용우씨가 열연했던 3부작 드라마 '김수환 추기경에 관한 마지막 보고서'(2009년작, 평화방송)와 영화 '바보야'(2011년작, 감독 강성옥) 등과는 또 다른 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선종 전, 1000일 간 김 추기경의 발자취를 그린 영화는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봐요?"라는 김수환 추기경의 물음에서 시작됐다.

종교계의 존경 받는 어른으로서 일반적인 평을 모를 리 없는 그가 던진 질문에 전성우 감독을 비롯한 여러 사람들은 어떠한 답도 내놓지 못했다.

"영화를 만들었다기보다 추기경님의 모습과 그를 기억하시는 주변 분들의 말씀을 중간자의 위치에서 전했을 뿐이다. 영화를 잘 만드는 능력이 없어 그의 여정을 담아 올리기만 했다."

전 감독은 그의 질문에 대한 대답을 뒤늦게 영화로 세상에 내놓았다.

감독은 그를 아는 주변인들의 증언을 통해 차분히 답을 던진다.

김수환 추기경의 삶과 주변 인물들이 그를 바라보는 관점을 영상으로 깔끔히 담아 '이런 종교인이 세상에 있었다'라는 사실만 담아놨다.

사제 서품을 받은 뒤 안동천주교회 주임신부 당시 꾸짖음을 받으며 성당에 다녔던 교인들과 40여년에 가까운 세월동안 김 추기경의 차를 운전한 운전기사 등 주변인이 증언하는 인간 김수환을 러닝타임 내내 빼곡히 담아냈다.

무조건 찬양하거나 미화하는 미담만을 담지도 않았다.

시국에 대한 비판을 아끼지 않은 고인에게 싫은 소리를 했다는 사제서품 동기, 현업에서 물러난 이후에는 약자들을 위한 목소리를 내지 않아 아쉽다는 변호사의 이야기 등 영화에는 그를 바라본 주변인들의 증언 하나 하나 고스란히 담겨 있다.

2시간이 조금 넘는 영화에서 연출적 기교는 전혀 없지만 그의 물음에 대한 답으로 부족하지 않다.

편집이나 스토리텔링 등 연출적 기교가 뛰어나지도 않다.

하지만 영화는 인간 김수환의 모습을 차분히 담아내 이미 세상에 알려진 추기경의 삶이 아닌 우리들에게 인간 김수환은 과연 어떤 존재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전 감독은 이번 영화에 대해 "제가 보았던 추기경의 모습 그대로 담자는 생각으로 작업에 임했다"며 "제가 본 모습 가운데 90%가 종교인이었다면 종교인의 모습이 담길 것이고, 30%가 사회운동가 모습이었다면 그만큼 영화에 담길 것"이라고 해설했다.

영화 '그 사람 추기경'은 남아있는 사람들을 위한 기록이자, 이미 세상을 떠난 고인을 향한 성실한 답변서다.

"추기경을 어떻게 보십니까?"라는 전 감독에 대한 질문에 우리는 어떤 답을 할 수 있을까?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을 일주일 앞둔 다음 달 7일 개봉한다.

/김상우 기자 theexodu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