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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은 이주민의 도시이다. 인천사의 시원이 되는 고구려의 왕자 비류가 이주해 온 것이 역사에 기록된 이주민 제1호이다. 그 후의 인천러쉬현상은 아직 진행형이다.

▶금년 상반기만 해도 6,098명이 생의 여정 중에서 품었던 꿈을 실현하고자 인천으로 이주해 왔음을 시 통계가 알리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군함인 '양무호'를 이끌고, 구한말 해군 육성을 꿈꾸었던 신순성 함장도 서울에서 온 이주민이었다. 그의 장남이 인천 1호 의학박사이자 문필가로서 당대를 풍미했던 한옹 신태범 박사이고, 올 가을 개최 예정인 아시아경기대회를 유치한 신용석 위원장이 장손이다.

▶'제물포고'를 명문교로 일으켜 세운 교육자 길영희 선생은 1900년 평북 희천군에서 태어났다. 경성의학전문 당시 3·1만세운동에 참여했고, 일본 히로시마 사범 졸업 후 학생을 가르치다가 1938년 인천부 만수동에 후생농장을 세우며 정착해 교육계의 사표가 됐다.

▶1899년 경북 영양군에서 태어나 일제 강점기 때 인천으로 온 조석기 창영초등학교 교장도 이주 개척자였다. 소래, 강화 등에서 교사로 출발해 1946년 창영초등학교에 부임해 어린이신문, 방송, 은행, 우체국을 설치하는 등 근대교육을 실험하면서 수많은 인재를 배출했다. 인천에 이주해 온 여성도 상당수에 달한다. 그 가운데 인천은 물론 국내외 여성계(女性界)에 우뚝 서 있는 이가 이길여 ㈔가천 길재단 회장이다. 전북 군산시에서 태어나 서울대 의대를 거쳐 인천시 중구 인현동에서 '산부인과'를 개업한 것이 1958년의 일이다.

▶이 회장은 인천 이주 후 지역 최대의 길의료재단과 문화재단, 박물관, 대학 등을 설립해 지역사회 발전에 큰 힘을 기울여 왔다. 2012년에는 뉴스위크가 '세계를 움직이는 여성 150인'으로 선정했고, 작년엔 포브스(Forbes)가 '아시아 기부 영웅 48인'으로 추대했다. 지난 21일엔 국내 최초로 길병원 내에 국가 공인 '외상권역센터'를 열었다. 365일 24시간 외상 환자만 치료하는 곳이라고 한다. 잘된 일이다. 지역사회는 일찍이 망국적 '지역색'을 뛰어넘어, '인천인'으로서 '인천'을 가꾸어 온 분들을 상찬하고, 또 기억해야겠다.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