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옛 인천의 도읍 부평도호부를 방어하기 위해 축조된 계양산성의 문화재 발굴을 주시하게 된다.
삼국시대 건립된 것으로 여겨지는 계양산성은 요충지였던 인천·경기지역의 방어 시설로서 상당한 역사적 의미와 지역의 정서 등을 두루 집산하는 일이어서 주목된다. 특히 발굴 조사를 통해 내부에서 삼국시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목간이 출토되는 등 2000여점이 넘는 각종 문화재가 지속적으로 발굴되고 있어 관심을 끈다.

이런 점들이야말로 계양산성박물관 건립이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갖게 하는 이유다. 그런데 관할 지자체가 치열한 경쟁 끝에 공립박물관 건립 지원 국비를 확보했지만 인천시의 무관심으로 무산 위기에 놓이게 됐다고 한다.
계양구는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의 공립박물관 건립 사업 공모에 참여, 국비를 지원받았다. 연면적 6783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에 국비 29억8100만원, 시비 44억7100만원, 구비 5억3200만원 등 모두 79억8000여만원이 투입된다. 그러나 이 사업은 지난해 짓기로 했지만 국비를 한 푼도 못받는 바람에 사업 기간이 내년으로 미뤄졌다. 시가 구의 사업 계획을 기획재정부에 전달하지 않아 벌어진 실수다. '다 된 밥에 재 뿌리듯' 인천시의 졸속 행태가 가관이다.

문체부에서 "예산이 준비됐으니 계획을 올리라고 거꾸로 요구하고 있다"는 구 관계자의 말이고 보면 복지부동의 표상을 보여주는 듯 하다.
계양산성의 각종 문화재 시설은 실재적 맥락과 역사적 가치가 있다. 하지만 문화재를 보관하고, 주민들이 볼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하지 못해 선문대학교 수장고에 보관하고 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향토 문화재의 산실이면서 관련 학술심포지엄도 지속적으로 개최, 인천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려는 계양구의 노력이 자칫 물거품이 될 위기다.
내년에 계양 정명 800년을 맞는다. 과거 인천의 중심지 계양을 재조명할 수 있는 박물관 건립은 그래서 더욱 절실하고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