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건설사 공사현장 무분별 사용 물의
   
▲ 인천의 한 공사현장에서 유턴(U-turn)앵커와 함께 땅에 박혀 벽을 고정하고 있던 강선을 뽑자 윤활유 역할을 하는 고체 기름 연료'구리스'가 나오고 있다./최성원기자 csw0450@itimes.co.kr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 유치로 세계적인 환경 도시로 주목을 받는 송도국제도시의 각종 공사 현장에서 환경오염의 주범인 '구리스'를 무분별하게 사용해 토양이 심각하게 오염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7일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건설업계에 따르면 기초 터파기 공사 단계에서 건물의 외벽을 튼튼하게 굳히고 이를 고정하기 위해 어스 앵커(Earth Anchor)를 설치한다.

이 앵커는 벽과 지면을 강선 등으로 연결·고정시켜 벽이 완전히 굳어질 때까지 무너지거나 틀어지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보통 앵커는 주변 부지를 침범해 설치될 수밖에 없는데, 이 같은 이유로 매립식 앵커는 분쟁의 원인으로 떠오르기도 한다.

이에 최근에는 제거식 앵커를 선호하며, 비교적 가격이 저렴하고 강선의 회수가 용의한 유턴(U-turn) 앵커가 많이 사용된다.

문제는 강선을 제거할 때 쉽게 뽑힐 수 있도록 윤활유 역할을 하는 고체 기름 연로 '구리스'를 미리 발라 놓는다는 것이다.

이 구리스는 석유화학제품으로 땅속에 그대로 남아 분해되지 않고 토양과 지하수를 오염시키는 것은 물론, 생태계 파괴와 환경오염의 주원인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특히 송도국제도시의 경우 GCF사무국을 유치하면서 녹색 환경 도시로 거듭나고 있는 만큼 유턴앵커 사용을 피해야 하지만 대형건설사들이 이 같은 점을 고려하지 않아 송도국제도시의 토양이 심각하게 오염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 건설회사 관계자는 "송도국제도시의 경우 매립된 지반으로 지반이 약해 타 지역보다 훨씬 많은 유턴앵커가 설치되고 있어 환경오염도 더 심각하다"며 "구리스가 남아 있던 토양에서 자란 과일에서 기름 냄새가 나기도 할 만큼 돌이킬 수 없는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인천경자청 관계자는 "어스앵커를 사용하는 것만 알고 있지 앵커의 종류까지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자재의 종류를 규제하거나 제한할 수 있는 방법은 현재까지 없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최성원기자 csw0450@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