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눔의 삶 ▧
   
 


영화 '도가니' 사건 이후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이 보름만에 발의되면서 그야말로 일사천리로 법 개정작업이 진행됐다. 여론몰이를 의식해서인지 법개정에 관심이 없었던 의원들도 앞다투어 처리한 졸속법안이다.

사회복지사 처우개선과 관련한 법의 경우에는 18대 국회 회기 전체에 걸쳐 겨우 공표가 됐는데 말이다.

일부 사회복지법인 및 시설대표자의 전횡과 시설내 거주인의 인권침해, 사적이익 추구 등이 사회문제로 대두됨에 따라 시설거주인의 인권보호와 법인 및 시설운영의 투명성이 요구돼 사회복지법인의 이사를 외부에서 추천하는 공익이사제 도입과 시설운영위원회 위원을 관할시장·군수·구청장이 임명하거나 위촉해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법인 이사회의 회의록을 공개하도록 하는 등 사회복지법인 및 시설운영을 개선하는 내용들이다.

법 개정취지의 원칙적인 방향에는 공감되는 부분이 많지만 운영방식이나 운영근거가 되는 법률이 서로 다른 사회복지의 현실을 감안하지 않는 기계적인 개정시도는 복지현장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며 시설의 안정적 운영을 저해하는 요소가 많고 이는 결국 민간사회복지의 축소라는 치명적 결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최근 복지현장에서 발생한 부정부패나 불법행위의 주체와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모든 문제를 복지법인의 이사제도와 복지현장의 탓으로만 돌리고 있으며 점점 관 주도형으로 이끌어가고 있다. 그동안 열악한 환경에도 묵묵히 봉사해온민간사회복지계의 책임만을 강조하는 것은 국가가 책임은 지지 않고 간섭만 강화하겠다는 의미인 것이다.

사회복지법인은 복지사업을 하려는 민간인이 법인시설과 운영에 필요한 비용충당을 위한 막대한 재산을 출연해 정부허가를 받아야만 설립할 수 있다. 이처럼 민간이 출연한 법인재산도 법인이 해산하게 되면 원칙적으로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귀속되고 출연자가 반환받을 수 없다. 그 본질상 비영리, 공익적인 성격인 것이다. 그런데도 각종 법령을 동원해 사회복지법인의 다양성과 자율성을 보장하기는커녕 규제를 강화하고 있으니 법인운영의 근간을 뒤흔드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복지의식의 개혁없이 법제도만 강화시켜 놨을 때 오히려 역기능이 초래되지 않을지 우려되며 복지사업의 가장 기본적인 속성인 자기희생과 헌신이 중단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의 목소리가 있다는 것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을 때가 바로 지금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6·25전쟁 이후 극도로 혼란한 사회상황에서 국가가 수행해야할 생활보호대상자들의 의식주 문제를 사회복지법인이 대행함으로써 민간의 복지자원동원에 기여했고, 국가복지발전의 동반자로써 상호협력해 오늘날 대한민국의 사회복지발전에 기여했음을 역사는 증명하고 있으며 반드시 그 철학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홍인식 인천사회복지사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