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눔의 삶 ▧
오늘날 한국사회의 대표적인 화두는 아파트를 포함하는 '집'이다. 집은 사전적 의미 이상으로 개인과 가족의 사회 경제적 활동에 큰 영향을 미친다.

햇빛, 물, 공기 등은 불과 수십년 전만해도 대부분의 집에서 향유할 수 있는 자연의 선물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경제적인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그 혜택을 집에서 누리기는 불가능한 상황이어서 빈곤한 사람은 자연의 혜택으로부터 소외돼 있다.

복지관에서는 자원봉사자들이 소외계층의 노인과 장애인들에게 사랑의 도시락을 전달하고 있다. 방문하는 집들은 주로 반지하이거나, 쪽방으로 표현되는 좁은 공간이 대부분이다. 겨울의 추위와 여름 무더위에 고통받고 장마철에는 습기로 인해 보일러를 사용해야 한다.

햇빛이라고는 한줌 들어 볼 날 없다. 이들 중 대부분은 질병과 노환 그리고 장애 때문에 쾌적한 집안환경이 필요하다. 생활의 대부분을 집에서 보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시장에는 물품들이 넘쳐난다. 아파트 미분양으로 건설사들이 부도로 내몰리고 있으나 서민은 실질소득 감소와 감당키 어려운 분양가와 전세금 상승으로 인해 자신의 보금자리가 악화되어 가고 있다.

수입개방과 홍수출하로 농산물이 넘쳐나도 높은 물가 때문에 과일 한개 사기를 망설이고 생산지에서는 가격폭락으로 농산물을 갈아 엎는다. 시장에는 물품이 풍부하지만 빈곤층에게는 단지 그림의 떡이다.

저출산 고령화가 지속되고, 청년실업과 저임금노동이 계속되는 한 중장년층의 미래 노후생활 역시 불안하다. 실업자와 빈곤근로자를 위한 대책도 필요하지만 고령이나 장애로 인해 일을 할 수 없는 소외계층에 대한 지원은 시급하며, 더욱 절실하다. 개인이 경제적, 신체적인 약자란 이유로 시장에서 소외되고 퇴출되어 진다면 복지사회의 꿈은 요원한 일이다.

천문학적인 분단비용을 부담하고 비교적 낮은 담세율의 조세체계를 유지하면서, 냉혹한 세계화에 나서는 현정부의 정책으로 빈곤층을 위한 획기적 방안을 제시할 여력은 부족해 보인다. 신자유주의적 경제성장의 성과가 수출기업과 이와 관련된 종사자와 계층에게만 향유되어 져서는 안 된다. 그동안 일부 유수의 자산가들이 보였던 정당치 못한 부의 상속과정은 국민들을 실망시켰다.

지난 IMF의 구제금융지원시기에, 국민의 도움으로 위기를 벗어난 금융기관을 비롯한 공적자금투입기관들과 민영화로 현재의 부를 창출한 기업들도 사회에 그 책임을 실천하길 원한다. 정부기관과 공공기관 역시 그 책무를 다하길 원한다.

마이크로소포트사의 설립자 빌게이츠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50대 초반에 회사경영에서 물러나 자선재단인 빌&멜린다 게이츠재단의 설립하여 사회복지활동을 시작하고 워런버핏이 막대한 기부금을 출연하였다고 한다. 위런버핏은 이전에도 이미 몇 개의 자선재단을 운영하고 있었다.

우리의 역사에도 경주 최부자 집안과 유한양행 창업자인 유일한 박사의 실천적 삶이 있었다. 최근에는 모스크바국립공대 류근철교수가 KAIST에 발전기금으로 578억원을 기부하기로 하였다고 한다. 기부천사로 알려진 가수 김장훈의 선행도 귀감이 되고 있다.

지금이야 말로 사회, 경제적 상류층의 자산가의 재산과, 국민의 사랑으로 형성된 자산이 사회적으로 의미있게 쓰여 질 수 있는 리더십이 발현되어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제가 실천되어야 할 때이다.

빈곤에 처한 개인이 자신의 능력으로 정상적인 삶을 영유해갈 수 없고, 정부의 역할도 한계가 있다면 이제는 지금의 경제정책과 그 성과를 향유하는 경제적, 사회적 상류층이 답을 하고 실천을 해야 한다.

우리사회는 정녕 언제까지 천민자본주의 수준을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이제는 복지사회를 위해 함께 실천할 것인가? 노블레스 오블리제, 그 실천은 우리사회의 약자들에게는 희망의 미래가 될 수 있다.

/김광용 계양종합사회복지관장